●제목 : 푸른길
●원작 : 에도가와 케이시 / 그림 : 권가야
●발행 : 학산문화사
일본인 작가 에도가와 케이시가 스토리를 구성하고 한국인 작가 권가야 씨가 그림을 그린 한일 합작 만화책!
푸른길이란 만화책이 끌렸던 이유는 일본과 한국의 역사인식 차이를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만화의 시작은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비슷한 살인 사건이 발생하면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동일범으로 보이는 살인 사건의 현장엔 한글과 일본어로 적힌 범인의 메시가 남겨져 있다.
범인은 한국어와 일본어가 가능한 사람으로 재일 동포일 가능성이 있다.
이야기는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임진왜란 때 일본 무사가 자신의 조국을 배신하고 조선에 투항하여 일본인과 싸운 일이 있다.
푸른길에 등장하는 무사 '에미리'는 가상의 인물이지만, 실제 있었던 역사이고 이 사람들을 '항왜'라고 불렀다.
사야가 김충선을 모델로 만든 캐릭터가 아닐까 싶다.
김충선은 왜군 철포부대 대장으로 조선에 조총 제조법을 전수해 주었고 조선 군사들을 훈련시켰다.
한국과 일본의 형사가 이 살인 사건을 공동 수사한다.
두 사람은 서로 간의 역사 인식 문제로 충돌하기도 하지만 나중에는 서로를 이해하고 친구가 된다.
만화책의 마지막 장에는 작가의 메시지가 적혀있다.
한국과 일본 두 나라의 역사 인식 차이 때문에, 스토리 쓰기 어려웠지만 절대로 재일 동포나 한국인을 비하하려는 의도는 아니고 극의 전개를 위함인 것을 밝혔다.
일본인 친구에게 임진왜란 때 활약한 항왜의 존재를 아냐고 물어봤는데 잘 모르더라.
역사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아니면 잘 모를 거 같습니다.
살인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일본 형사는 임진왜란 때 투항했다는 항왜의 역사에 대해 파헤치기 시작한다.
조국을 배신한 일본 무사 이야기를 알게 된 일본인들은 놀라고 믿고 싶어 하지 않았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일본을 통일했지만 전쟁으로 많은 사람을 죽였기 때문에 히데요시에게 반감을 가진 일본군이 많았다.
일본 내에서도 조선의 출병을 반대하는 여론이 강했다.
오랜 내전 기간 전쟁으로 지쳤는데 또다시 전쟁터에 가고 싶지 않았던 것.
영주들은 히데요시에게 가족들을 볼모로 맡겨야 했고, 전 재산을 걸어 전쟁 물자를 준비해야 했고 부하들의 목숨을 뺏는 일이기 때문이다.
에미리가 일본을 배신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장면이다.
그는 남자이자 무장으로서 조선의 군대와 대결하고 싶었는데, 힘없는 백성들까지 살육하라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명령에 분노한다.
그래서 에미리는 조선의 백성들에게 난 당신들 편에 서겠다 하며 동료 일본군을 베어버린다.
에미리 후손들에게만 전해졌다는 무술과 병법서, 최고의 필살기는 상대방에게 더 큰 공포를 주는 것!
조선군은 일본군의 잔인함에 겁을 먹어서 지는 것이라는 말한다.
즉 조선이 일본을 이기기 위해서는 그들보다 더 잔인하다는 것을 보여주어서 일본군에게 공포를 줘야 한다.
공포와 관련된 유명한 구전동화가 있다.
우는 아이에게 호랑이가 온다고 타일러도 울음을 멈추질 않는다.
곶감을 보고 눈물을 그친 아이를 보고 호랑이는 곶감이 엄청나게 무서운 존재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상대방에게 공포를 심어주는 것이 최고의 필살기라는 것이다.
한국과 일본에서 동일한 수법으로 발생한 살인 사건의 배경에는 과거 한국의 박정희 대통령 암살이라는 무거운 주제와도 연결이 된다.
사건은 점점 알 수 없는 거대한 조직에 의해 방해받고 미궁 속으로 빠진다.
조선의 토템 중 신성시되는 호랑이의 분노는 조선 백성들의 표현이었다.
분노한 호랑이가 일본군을 잔인하게 잡아먹었다는 이야기.
항왜 후손들은 한국과 일본 어느 나라에서도 인정을 받질 못했다.
일본인이지만 한국인 취급을 받고 한국인이지만 일본인 취급을 받는 현실.
이건 실제 재일 동포들에게도 있던 일입니다.
결국 한국 국적을 버리고 일본 국적을 택할 수밖에 없던...
한국인의 정서 '한(恨)'은 남을 미워하는 게 아니라 모든 절망을 수용하여 승화시킨 형태라는 설명도 나온다.
일본인 입장에서 오래전 조상들이 잘못한 일을 왜 후손이 사과해야 되는지 궁금증을 갖기도 한다.
이에 작가 에도가와 케이시는 때린 사람과 맞은 사람의 감정은 분명 다르다는 걸로 설명해 준다.
이 만화는 한국과 일본 두 나라가 만화를 통해 역사 인식 차이를 이해하려는 점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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