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드라마

용길이네 곱창집 - 재일교포 일본 영화 야키니쿠 드래곤

푸른빛의선풍 2023. 8. 13.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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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영화 야키니쿠 드래곤(焼肉ドラゴン)인데 한국에선 '용길이네 곱창집'이란 제목으로 개봉했다.
영화의 원제목 '야키니쿠'는 '구운 고기(불고기)'라는 뜻이고 '드래곤'은 곱창집을 운영하는 용길의 이름 '용'에서 따온 것이다.

​한국 배우가 출연해서 한국 영화인 줄 알았는데 재일교포가 만든 일본 영화입니다.
자막이 없더라도 영화의 주요 내용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한국어가 많이 나오는데 일본에 정착해서 살아가는 재일교포들의 이야기입니다.

 

일단 영화를 보기 전에 역사적 배경을 이해하고 보면 도움이 됩니다.
일제강점기 많은 조선인들이 일본에 끌려갔는데 돌아갈 여비가 없었고, 6.25 전쟁과 제주 4.3 사건이 발생하여 조국으로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조국에선 쪽발이 취급을 받고 일본에선 조센징 취급을 받고 어디에도 정착할 수 없었던 재일교포들은 빈민촌을 형성하며 살아간다.
재일 동포는 국적을 일본으로 바꾸지 않으면 일본에서 취업도 불가능했기 때문에 연예인, 운동선수로 진출해 성공한 경우도 있고 도박으로 진출하여 돈을 벌었다.
실제 일본의 유명한 도박 파친코는 재일교포들이 운영한 사업이고 롯데 신격호 회장도 젊은 시절 파친코로 많은 돈을 벌어서 롯데를 세웠다고 하죠.

​또는 야쿠자가 된 재일교포가 많아 조선인 출신 범죄자가 많다는 인식이 일본 사회에 생깁니다.
우리나라 조폭들의 형님 문화가 일본 야쿠자에도 있는데 그것이 재일교포들에 의해 생긴 것입니다.
일본은 친형한테만 형 호칭을 하고 타인에겐 형 호칭을 하지 않는데 야쿠자들만 타인에게 형 호칭을 씁니다.

 

 

곱창집을 운영하는 재일교포 용길과 용길의 부인 영순.
영순 역을 맡은 이정은 씨의 연기력에 믿고 보는 배우가 되었습니다.

​​이정은 씨는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처음 봤는데 구수한 시골 사투리를 구사하는 조선 아줌마에서 영화 기생충까지, 드라마 타인은 지옥이다에서는 섬뜩한 스릴러 연기까지 정말 연기 잘하는 배우로 다른 작품에선 또 어떤 역을 맡아 새로운 변신을 할지 정말 기대가 됩니다.
라미란 씨처럼 명품 조연 같은 주연배우 느낌으로 엄청난 내공이 느껴지는 배우였습니다.
'용길이네 곱창집'에서는 자식 사랑이 지극하고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강해야만 했던 한국 어머니 역을 명품 연기로 보여주셨습니다.

​​일본인 친구도 일본에서 개봉할 때 이 영화를 봤다면서 한국 드라마 속의 일본어 대사를 일본인이 들으면 억양이 어색한 경우가 많았는데 용길 역을 맡은 김상호 씨의 일본어 대사를 듣더니 일본인 같은 발음이라며 놀라워하더군요.

 

 

일본 영화나 드라마 관심 갖고 많이 본 사람들이라면 익숙할 일본 배우들도 출연합니다.

​좌측의 '이노우에 마오' 씨는 한국에서도 유명한 드라마였던 '꽃보다 남자'의 일본판에서 구혜선 씨 역할을 맡던 배우.
그땐 진짜 어려 보이고 청순했는데 이젠 성숙한 여성의 느낌입니다.

​​가운데 '오오이즈미 요'는 드라마 '파견의 품격'에 출연했던 배우이고 NHK 홍백가합전 사회도 진행합니다.
'파견의 품격'은 한국에서 '직장의 신'으로 리메이크되었던 드라마의 원작이고 오지호 씨가 출연했습니다.
이번 영화에서는 재일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아 일본 사회에서는 취업을 못해 북한으로 가게 된다.

​​이노우에 마오, 오오이즈미 요 두 사람은 빈민촌에서 살아가는  재일 한국인 역을 맡았지만 일본에서 태어난 한국인이기 때문에 대사는 거의 일본어로 연기한다.
어색한 한국어는 좀 아쉽더군요. 어머니 발음을 오마니... ㅋ

​​오른쪽 사진은 한국 방송에도 출연해서 익숙한 '오타니 료헤이'
영화 '명량'에서 일본을 배신하는 일본군 장수로 이순신 장군의 첩자로 활약했던 배우입니다.
유부남이지만 빈민촌의 재일 한국인 여성과 바람피우는 역할.

 

용길의 장녀와 막내딸
장녀 역을 맡은 마키요코는 일본인 배우 중에서 가장 많은 한국어 대사를 구사해서 인상적이었습니다.
일본어를 못하는 재일 한국인에게 일본어를 가르쳐 주기도 함.

 

 

용길의 막내 아들은 학교에서 재일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몸에서 김치 냄새가 난다며 왕따를 당한다.

 

 

아버지 용길은 우리가 돌아갈 곳은 없기 때문에 일본에 정착해서 살아야 하니까 그러려면 일본인과 똑같이 일본의 교육을 받아야 한다며 아들을 격려하며 계속 학교에 보내지만, 아들은 결국 일본 학교의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자살한다.
영화의 모든 내용을 함축하는 부분이었다.

 

 

역사의 희생자로 안타까운 재일 교포들의 모습이었기에 가장 슬픈 부분이었습니다.

 

 

재일 한국인들이 거처하던 빈민가는 일본 정부의 압력과 개발 때문에 새로운 거처를 찾아 떠나게 된다.
삶의 터전을 빼앗긴다는 것은 생존과 직결되는 재일교포들의 가장 큰 문제지만 일본에선 골칫거리.
용길의 가족들은 각자 서로의 길을 찾아 떠나게 되고 헤어지게 된다.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우린 가족이니까 연결되어 있다는 말로 헤어짐을 아쉬워하는데...
자신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역사에 희생된 재일교포들에게 국가가 배상을 해줘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들의 고향은 어디일까요? 한국? 일본? 새로운 고향을 찾아 떠나야만 하는...

 

 

원래 원작은 연극이었고 연극의 성공에 영화까지 제작되었다고 합니다.
일본에서의 반응이 궁금해서 야후에서 검색해 봤습니다.

​일본의 유명 배우가 한국인 역을 맡았다는 것이 흥미로웠고 배우들의 연기가 좋았다는 평은 많았지만 한일 간의 역사나 재일교포들의 아픔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아서 아쉬웠습니다. 
슬픈 내용은 안타깝지만 일본 탓하지 말라는 댓글이 마음 아프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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